writings / scripts
[ 사랑을 흘리다 ]
1. 그의 이야기
그만하자…
짧고 굵게 한마디 툭 내던진 너.
어딘가 후련해 보이기까지 한 네 얼굴을 보면서, 멍해지는 나를 홀로 두고 넌 미안한 듯 엷은 미소를 남긴 채 사라졌어.
그때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너와 나의 곡인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흘러나오더라. 클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모르는 내가 유일하게 아는 곡.
그 곡 덕분에 우리가 만났고, 사랑을 했고, 그리고… 그 곡을 들으며 끝이 나더라.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어. 그리고 이내 그 웃음은 울음으로 바뀌었고…
언젠가 네가 물었지. 넌 왜 그렇게 궁금한 게 없냐고. 난 궁금하지 않다고 대답했어. 정말로 궁금하지 않았거든. 늘 네가 모든 걸 내게 말해줬으니까.
눈 떠서 감을 때… 아니, 눈 감고 나서 꿈속에서 있었던 일까지 모두 다 말해주는 네가 너무 예뻤어.
근데… 언제부턴가 그런 네 모습이 아주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더라.
원래 무뚝뚝한 놈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에 모든 것이 용납되기 시작하고… 조금씩 너에게 소홀해졌어.
그렇게 넌 절대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여자가 되었지.
바보같이 왜 몰랐을까… 사실은 네가 날 지탱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너의 공기가 아니라 네가 내 공기였다는 걸…
알아. 이미 때늦은 후회일 뿐이라는 거. 이제 와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미 네가 떠났는데…
이미 끝난 인연에 그리고는 없다는 거… 그래도 이 말만은 하게 해줘…
사랑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2. 그녀의 이야기
그만하자…
어떻게 말할지 망설이고 고민했는데, 기껏 그 한마디 튀어나오더라.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마음이 후련해졌어.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말도… 준비한 말들도 많았는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그때 알았어. 아… 내가 제일하고 싶었던 말도, 하지 못했던 말도 결국 그거였단 걸…
멍하니 날 바라보는 네 눈빛을 흘리며 일어서는데,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흘러나오더라.
클래식에 전혀 관심 없는 네가 유일하게 아는 곡. 그 곡을 치는 너에게 빠졌는데… 그 곡을 들으며 너에게 이별을 고하다니…
나도 모르게 쓰게 웃고 말았어. 그리고 그 웃음은 이내 눈물이 되더라. 지난 2년간 우리의 시간을 모두 흘려버리는 눈물…
언젠가 네게 말했지. 너랑 같이 있는데도 난 외롭다고.
넌 짧은 한숨과 함께 철없다는 듯 날 바라보더라.
그때 알았어. 너에게 내가 그저 사랑을 달라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일 뿐이란 걸.
그제야 우리가 보이더라.
전화도, 톡도, 늘 항상 내가 먼저… 너는 그저 시큰둥한 태도로 내 연락을 받아줬어. 마치 사랑을 적선하듯이 말야.
무지 비참하더라. 네 사랑을 구걸하는 내 자신이…
그 순간 모든 것들이 선명해졌어.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내내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던 외로움의 정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제 나 역시 그런 너를 참아낼 수 없다는 것.
그 뒤론 모든 것들이 쉬웠어. 그저 흔하디흔한 사랑 하나가 끝난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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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n is listen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