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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 사항 없음 ]
신고 접수 시간: 18시 51분 종: 혼합견 성별: 미상 상태: 양호 소유자: 공란
소유자 항목은 회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입력 커서를 올려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 항목은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에 가까웠다. 소유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항목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그대로 남겨두는 칸이었다.
나는 이 칸이 채워진 화면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입력을 마친 나는 잠시 커서를 바라본다. 이 화면에는 항상 빈칸이 하나 남는다. 개를 버린 사람의 이름을 묻는 항목은 없다.
전화는 접수 시간보다 3분 앞서 걸려왔다. 목소리는 낮았고, 급하지 않았다. 주소는 정확했고, 주변 지형 설명에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매뉴얼대로 질문했고, 매뉴얼대로 대답을 받았다.
“개가 사람을 물었나요?” “아니요.” “위험한 상태인가요?” “아니요.”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나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통화 시간은 48초였다. 신고 유형은 ‘목격자’로 분류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다. 이 유형의 신고는 가장 많고, 가장 빠르게 종료된다.
목격자 신고는 확인 절차가 가장 단순하다. 연락처는 남기지 않아도 되고, 이후 진행 상황을 통보할 의무도 없다. 신고자는 전화를 끊는 순간, 사건에서 빠져나간다.
기록만 남고, 책임은 이어지지 않는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같은 문장을 입력했다.
유기 추정. 사유 불명.
발견 장소는 인도 가장자리였다. 차도와의 거리는 애매하게 떨어져 있었다.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기에는 부족했고, 안전하다고 표시하기에도 확신이 없었다.
이런 위치는 ‘즉시 조치’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가 다치지 않았고, 공격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체크 박스를 하나씩 눌렀다.
위험 요소 없음. 공격성 없음. 긴급성 낮음.
체크가 늘어날수록 개는 구조 대상에서 멀어지고, 기록은 종료에 가까워진다.
체크 박스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표시할 뿐이다. 체크가 완료되면, 시스템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나는 질문이 사라진 화면을 몇 초 더 바라봤다.
보호센터에 도착했을 때 개는 이미 포획틀 안에 있었다. 앞다리는 젖어 있었고, 발바닥 틈 사이로 모래가 끼어 있었다. 저항은 없었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다. 대부분의 개는 붙잡히는 순간부터 조용해진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목줄은 없었지만, 목줄이 있었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목 주변의 털이 짧게 눌려 있었다. 오래 차고 있었던 흔적이다.
이런 것도 기록 대상은 아니다.
기록 화면에는 채워진 칸보다 비어 있는 칸이 더 많았다. 비어 있는 항목은 질문 대신 (묻지 않음으로) 포기한 것들을 뜻한다.
나는 익숙하게 개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호소 번호를 붙였다. 번호는 순번이었다. 기억을 위한 숫자가 아니라, 처리를 위한 숫자이다.
번호는 접수 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생성된다. 앞자리 숫자는 날짜를, 뒷자리는 그날의 순번을 뜻한다.
번호를 입력하는 동안, 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숫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름보다 공정하다.
개는 번호표가 붙은 뒤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울음소리도 없었다. 다만, 출입문 쪽을 한 번 바라봤다.
그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번호는 이름을 대신한다. 이곳에서 이름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물론 숫자는 불리지 않는다. 불리는 순간, 이름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견사 안에는 이미 비슷한 기록들이 있었다.
혼합견, 양호, 공란.
서로 다른 번호가 붙어 있지만 내용은 거의 같았다. 기록은 개별이나 결과는 반복된다.
도시는 개를 버릴 수 있는 이유로 가득하지만, 정작 그 이유를 남기는 칸은 없다.
나는 컴퓨터로 돌아와 입력을 마무리했다.
오늘 접수된 유기 신고는 이것으로 여섯 번째였다. 이 중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계는 다음달 보고서에 반영될 것이다. 숫자는 늘어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화면을 닫기 전에, 나는 빈 항목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이름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눈에 오래 남았다.
신고 접수 완료. 처리 대기.
화면에는 처리 대기 상태의 아이콘이 표시돼 있었다. 이 상태는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진행할 것이 없다는 뜻에 가깝다. 대기라는 단어는 여지를 남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이 아이콘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대기 중인 사건은 대부분 스스로 사라진다. 인계되지 않고, 갱신되지 않고, 보고서의 숫자로만 이동한다.
기다린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하지 않다. 나는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기록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다음 전화를 기다린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다음 전화는 밤 9시를 조금 넘겨서 걸려왔다. 이번엔 주소가 없었다.
“근처에 버려진 개가 있어요.”
목소리는 젊었고, 말이 빨랐다. 나는 위치를 묻기 전에, 먼저 매뉴얼을 확인했다. 주소가 없는 신고는 접수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예외가 거의 없다.
“정확한 위치를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러니까 여기가… 어? 아까까지는 여기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분명히 있었는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침묵은 매뉴얼에 없는 대응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질문보다 빠르다.
이런 전화는 종종 있다. 개를 본 사람은 많고, 개를 붙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고자는 대개 ‘지금은 없다’는 말로 전화를 마친다. 그 말은 책임이 아니라 상황 설명에 가깝다.
통화는 1분을 넘기지 못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는 신고를 종료 처리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조치 불가’로 분류되어 종결된 것을 확인한다. ‘조치 불가’로 분류된 화면은 추가 입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확인 버튼 하나만 남는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사건은 더 이상 갱신되지 않는다. 나는 이 화면을 여러 번 봐왔다. 대부분은 버튼을 누르는 데 망설임이 없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신고는 기록으로 남고 사건은 종료된다.
종결 처리된 신고는 추가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다음 전화를 기다린다.
이후로, 보호센터에는 추가 접수가 없었다. 야간 근무 시간대는 대개 이런 식으로 끝난다. 야간 근무에는 낮과 다른 규칙이 있다. 전화는 줄어들고, 확인은 느려진다. 대신 같은 유형의 신고가 반복된다. 위치는 흐릿하고, 목격은 분명하다.
이 시간대의 기록은 대부분 다음 날로 넘겨진다.
나는 근무일지를 정리하고 컴퓨터를 종료하려다 말고 낮에 접수했던 여섯 번째 신고를 다시 열어봤다.
이유는 없었다. 굳이 열 필요도 없었다. 다만 손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록에는 여전히 같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
혼합견. 양호. 공란.
이 조합은 특별하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보게 되는 항목이다.
사진 파일을 열자, 포획 당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개는 카메라를 보지 않고 있었다. 렌즈 옆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사진은 상태 확인을 위한 자료다. 표정이나 방향은 기록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확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확대할수록 확인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 이 사진은 충분히 명확했고,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사진 아래에는 촬영 위치와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 좌표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좌표는 정확했다. 오차 범위는 크지 않다.
위치 정보는 이 신고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 근처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대형 단지는 아니었다. 반려동물 출입이 제한된 곳도 아닌 것으로 안다.
이건 기록 대상이 아니었다. 주거 형태는 유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소가 있다는 사실도, 근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아파트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메모를 남기지는 않았다. 기억만 했다.
며칠 뒤, 그곳에서 비슷한 신고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혼합견이었다. 이번에도 상태는 양호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소유자는 공란이었다.
두 건의 신고는 서로 다른 날, 서로 다른 사람에 의해 접수됐지만 위치는 거의 같았다.
나는 시스템에서 이전 접수 기록을 불러왔다. 같은 반경 안에서, 최근 석 달 사이에 접수된 유기 신고는 모두 4건이었다.
4건이라는 숫자는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통계로 부르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그러므로 이건 통계가 아니었다.
네 건이라는 숫자는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는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런 숫자들은 대개 주석으로 남거나, 아예 생략된다.
나는 이 숫자가 어디에도 남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직은 패턴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매뉴얼에 없는 화면을 열었다. 이 행위 역시 불법은 아니었다. 업무상 접근 가능한 정보였다. 다만,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정보였다.
소유자 항목은 비어 있었지만 이전 접수 이력에는 연결 가능한 데이터가 남아 있었다.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확인만 했다. 의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화면을 닫은 뒤에도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마우스를 잡은 손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선만이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훑었다. 확인하지 않은 정보는 없었고, 더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 상태가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눈에 걸렸다. 익숙함은 판단보다 먼저 와서, 생각할 시간을 빼앗았다.
그날의 근무 일지에는 평소와 같은 문장만 남겼다.
특이 사항 없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우연이라고.
하지만─
우연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같은 반경 안에서 접수된 유기 신고는 총 14건이 되어 있었다.
숫자는 화면 오른쪽 아래에 표시됐다. 경고도, 강조도 없는 위치였다. 나는 한동안 그 숫자를 바라보기만 할 뿐 그대로 두었다. 새로고침을 눌러도 값은 바뀌지 않았다.
14건은 이제 우연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치였다. 그럼에도 시스템은 아무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판단은 항상 사람의 몫이다.
그날 접수된 신고 역시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혼합견. 상태 양호. 소유자 공란.
위치는 내가 기억해두었던 그 아파트 단지 인근이었다.
근무하는 내내 나는 그 신고를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특이 사항은 없었고, 조치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면에는 여전히 확인 버튼만 남아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평소보다 늦게 자리를 정리했다. 야간 근무자는 이미 들어와 있었고, 인수인계할 만한 내용도 없었다.
센터를 나와 그 아파트 단지 쪽으로 걸어갔다. 의식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 돌아가면 되는 거리였다.
단지는 생각보다 밝았다. 출입구에는 반려견 산책 시 배변봉투를 꼭 챙기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워진 흔적도, 덧붙여진 공지도 없었다.
밤이었지만 산책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목줄을 한 개들이 주인 옆을 걷고 있었다. 짖는 소리는 크지 않았고, 불편해 보이는 표정도 없었다.
나는 그들 곁을 그냥 지나쳤다.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단지 게시판 앞을 지날 때 종이 한 장이 바람에 들려 있었다. 색이 바랜 포스터였다. 가장자리 테이프가 반쯤 떨어져 있었다. ‘찾습니다’라는 단어만 잠깐 눈에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글씨를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
단지 외곽을 도는 동안 몇 차례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리드 줄을 한 소형견, 중형견, 그리고 한 마리의 혼합견. 그리고 그 옆을 걷는 사람들.
그때 등뒤에서 짧은 대화가 들렸다.
“요즘 개가 갑자기 사라진다매?” “응. 샤샤네도 알지? 그 옆 단지에 믹스 키우는 집.” “아... 이름이 보리였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맞아. 보리네. 그 이도 갑자기 보리가 사라졌대?” “어머, 진짜? 어쩌다가?” “엊그제 산책하러 나간 김에 찌개거리 생각이 나서 마트에 잠깐 들렸는데 마트 들어가기 전에 마트 입구에 잠깐 묶어놨었대. 근데 찌개거리 사고 나오니까 줄이 풀려 있더래.” “어머어머.” “장 보러 들어간 지 5분도 안됐는데 그 사이에 그렇게 된거야.” “어머어머. 보리엄마 어째. 딸 시집보내고 보리가 하나 뿐인 자식인데.” “그러니까. 우리 단지 3층도 그집 초등학생 딸내미가 놀이터 데리고 나갔다가 놀이터 벤치에 묶어두고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사라졌대나?” “어머. 이 동네 그럼 진짜 개 도둑이라도 있는 거야?” “모르지, 뭐. 근데 없어진 개들이 다 믹스래.”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몰라. 아무튼 그래서 믹스 키우는 집들이 요새 거의 안 보이잖아.”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소유자의 이름도, 구체적인 위치도 나오지 않았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말은 내게 한 게 아니었고, 나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들은 이야기가 몇 번이고 반복됐다.
믹스. 줄이 풀림. 잠깐 사이.
근무 화면에는 여전히 같은 항목들이 정렬돼 있었다. 숫자만 바뀌었을 뿐, 문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커서를 몇 번 움직였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렸다. 이 행동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하지 않은 것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화면을 닫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나는 근무시간에 전날 접수된 14번째 신고를 다시 열어봤다. 위치는 여전히 같은 반경 안에 있었다. 통계 화면은 여전히 숫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익명 제보 창구 번호를 눌렀다. 이 번호는 신고 접수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는다. 별도의 기록으로 남는다.
목소리를 낮췄다. 확정적인 표현도 피했다.
“유기 신고가 반복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지역에서 혼합견을 키우는 가구들이 반려견과 함께 외출 중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대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접수 여부만 확인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잠시 수화기를 내려다봤다. 이건 조사도 아니고, 확인도 아니었다. 그저 이미 들은 말을 전달했을 뿐이었다.
근무일지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특이 사항 없음.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는.
보고서는 며칠 뒤 다른 이름으로 공유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이제 내 영역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신고가 더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날 이후로도 숫자는 며칠 더 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늘어나지 않았다.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센터 내부 공지에 새로운 문장이 하나 추가됐을 뿐이었다.
특정 지역 유기 신고 증가로 현장 점검 예정.
문장은 짧았고, 설명은 없었다. 예정이라는 단어만이 모호하게 남아 있었다.
공지 게시 시간은 업무 시작 직후였다. 작성자 이름은 자동으로 처리돼 있었다. 누가 썼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제 기록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공지를 처음 확인한 날, 나는 그 문장을 오래 읽지 않으려 했다. 생각할수록 내가 한 일의 범위가 넓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을 닫고 다른 업무로 넘어갔다.
며칠 뒤, 그 지역의 신고 처리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조치 불가’로 끝나던 항목에 ‘현장 확인’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변경 사유는 자동으로 입력됐다.
유사 신고 반복.
이 문장은 설명이라기보다 조건에 가까웠다. 누군가 판단을 내렸다는 흔적은 없었다.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결과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날 접수된 신고 중 처리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것도 그 반경 안의 건이었다.
혼합견. 상태 양호. 소유자 공란.
문장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는 화면을 넘기지 않고 잠시 그대로 두었다. 이전과 다른 점을 굳이 찾으려 들지 않았다.
찾지 않아도 보이는 변화였다.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축적됐다.
처리 시간, 확인 단계, 내부 공유 여부.
각각은 미세한 차이였고, 개별로 보면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화면을 넘길 때마다 같은 반경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나는 그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
표시는 언제나 다음 단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표시를 하면 그 이후의 과정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그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기록을 남기느냐, 남기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바라보는 순간, 판단이 필요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센터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의는 평소처럼 짧았고, 공지 사항은 형식적인 문장으로 끝났다. 다만 그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조금 더 자주 오갔다.
“그쪽.” “거기.”
정확한 이름은 필요하지 않았다.
업무는 여전히 매뉴얼대로 진행됐고, 누구도 예외를 요구하지 않았다. 예외를 요구하는 순간, 책임이 따라온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식사 후 화장실로 향하던 중, 복도에서 동료와 마주쳤다.
“요즘 그쪽 동네 신고 많다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질문은 없었다.
질문이 없는 것이 이곳에서는 가장 익숙한 반응이었다. 묻지 않음으로써 각자의 업무 범위가 유지됐다.
애초에 물어봤자 기분 좋을 이야기도 아니었다.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 결과가 불편했다. 그래서 서로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날 퇴근길에도 나는 그 단지 쪽으로 가지 않았다. 이제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확인은 다른 이름으로 이미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번엔 목소리가 낮았고, 말수가 적었다.
“개를 잃어버렸어요.”
신고 유형은 유기 의심이 아니었다. 분실 신고였다.
나는 매뉴얼을 펼쳤다. 해당 항목을 확인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나요?” “잠시 전까지요. 잠깐이었어요.” “목줄은 하고 있었나요?” “네.”
대답은 짧았고, 망설임은 없었다. 통화는 길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분류 항목을 선택했다.
분실.
이 항목에는 ‘추정’이라는 단어가 없다.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은 여기서 기록되지 않는다. 분실은 의도를 묻지 않는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 화면을 닫지 못했다.
분실이라는 단어는 화면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항목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신고들과 같은 정렬 순서로 이동했다.
특별 취급은 없었고, 강조 표시도 없었다.
유기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처리 절차의 일부였다. 다만 분실에는 빈칸이 없다는 점이 달랐다.
사라진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는 대신, 사라졌다는 사실만 남았다.
분실과 유기는 서로 다른 항목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절차는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그날의 근무 일지에는 평소와 같은 문장을 남겼다.
특이 사항 없음. 추가 조치 불필요.
문장은 늘 같았지만, 그날은 유난히 비어 보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센터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파트 방송이 흘러나왔다.
음량은 크지 않았으나 문장은 또렷했다.
최근 아파트 인근에서 반려견 분실 사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산책 시 반드시 리드 줄을 착용해 주시고, 동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조속히 등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장은 끝까지 중립적이었다. 경고도, 추측도 없었다.
다만 당부라는 말만 두 번 반복되었다.
그날 이후 단지 안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산책 시간이 서로 달라졌다. 리드 줄은 이전보다 짧아졌고 인식표가 달린 목줄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인식표가 없는 경우에는 시선이 먼저 닿았다가 곧 다른 쪽으로 옮겨졌다.
누구도 직접 묻지 않았다. 대신 말들이 낮게 오갔다.
“옆집 이번에 인식표 등록했더라.” “안그래도 요새 하는 사람 많더라.” “어째 좀 조심하는 분위기라… 왠만하면 마주치기 싫어서 산책 시간 바꿨어.” “우리도 괜히 말 나오기 싫어서 와펜 붙였잖아. 내장형 인식칩 달았다고.”
꼬투리를 잡힐까 속내는 숨기고, 말투 끝만 거칠어졌다.
믹스견을 키우는 집은 산책 시간이 아주 이르거나 아주 늦은 시간이거나 아예 눈에 띄지 않게 됐다.
없어진 건 개만이 아니었다.
단지 게시판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의 공지 위에 새 종이가 덧붙여졌다. 동물등록 안내, 인식표 착용 의무 관련 법령 요약, 그리고 관리사무소 연락처.
모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다만 한 번 더, 눈에 띄는 위치에 놓였을 뿐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누군가 게시판을 찍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다. 화면을 내리지 않은 채 층수를 눌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장면은 오래 남았다.
산책 중이던 개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면 사람들은 먼저 목줄을 확인했다. 인식표가 달려 있는지, 등록 번호가 보이는지.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확인은 질문보다 먼저였다. 질문은 그 다음에 와도 괜찮았다.
관리사무소에는 익명으로 접수된 민원이 몇 건 들어왔다고 들었다. 특정 집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분위기상’ ‘괜히 불안해서’
와 같은 말들이 함께 적혀 있었다.
민원은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공유를 원했다. 관리사무소는 그 요구를 공지로 처리했다.
센터에도 변화가 전해졌다.
문의 전화가 늘었다. 신고는 아니었고, 확인 요청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 또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아파트 방송으로 들었는데 인식표 착용 안 하면 벌금인가요?” “이게 분실로 처리된 건가요?” “유기로 분류될 수도 있나요?”
나는 매뉴얼을 열었다. 항목을 확인하고, 정해진 문장을 읽었다. 항목에 없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해진 문장을 읽었다.
“현재로서는 확인 중입니다.”
그 문장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공평하고 중립적이며 치우침이 없다. 동시에 추가 질문의 종결 문장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수화기를 바로 내려놓지 않았다. 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불안을 연장시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신고 때와 다른 표시가 남았다.
문의.
이 항목은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관심이 있었음을 기록할 뿐이다. 그리고 기록은 조용히 쌓였다.
그날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 대신 문의 항목은 계속 늘어났다.
신고가 아닌 기록들,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접촉들.
기록은 조용히 쌓였고, 누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화면 하단의 숫자는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혼합견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가장 자주 등장했다. 그 사실 역시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았다.
문의 항목에는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았다. 낮에도, 밤에도, 주말에도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투로 전화를 걸었지만, 확인하고 싶어 하는 대상은 같았다.
문제는 개가 아니라, 기준이었다.
기준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누가 그 기준의 바깥에 있는지.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없었고, 답하지 않는 것이 역할에 더 가까웠다.
통화가 끝나고 나는 그중 하나를 오래 열어두었다.
혼합견. 상태 미확인. 소유자 미등록.
입력되지 않은 항목이 눈에 걸렸다.
화면을 닫기 전, 나는 문의자를 통해 들은 아파트 방송 내용을 떠올렸다.
부탁이었고 권고였다. 의무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를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선명했다.
그날의 근무 일지에는 여전히 같은 문장을 남겼다.
특이 사항 없음. 현재로서는.
문장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설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센터에는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는 아니었다. 문의도 아니었다. 정확한 분류가 없는 통화들이었다.
“요즘 그 동네는 좀 어떤가요?”
질문은 늘 이렇게 시작됐다. 끝이 없었다. 답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이었다.
나는 매뉴얼을 열지 않았다. 해당되는 항목이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 보고 때 제일 많이 쓰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신고 건수는 줄었고, 문의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숫자는 안정됐고, 그래프는 평평해졌다. 지표상으로는 상황이 개선된 셈이었다.
그 반경 안에서 유기 신고는 더 이상 접수되지 않았다. 분실 신고도 줄었다. 대신 ‘확인 요청’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확인은 사건을 만들지 않았다. 다만 사건이 발생할 여지를 미리 정리해두는 행위처럼 보였다.
확인 요청에는 늘 전제가 붙어 있었다. 이미 문제가 생긴 뒤가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이라는 전제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기 전에 전화했다. 잃어버렸다는 말 대신,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골랐다.
그 말들은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말들은 책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은 가장 오래 지속됐다.
어느 날, 나는 이전 기록 하나를 다시 열어봤다.
혼합견. 상태 양호. 소유자 공란.
파일은 닫혀 있었고, 추가 입력은 없었다. 이 건은 이미 종결 처리된 상태였다.
사진을 다시 열어보지 않았다. 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여러 번 본 화면이었다.
대신 주변 기록을 훑었다.
같은 반경, 같은 시간대, 비슷한 항목들.
하지만─ 새로운 숫자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그건 좋은 신호로 분류됐다.
센터 내부 공지에는 아무런 추가 문장이 올라오지 않았다. 현장 점검 예정이라는 문구는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점검 결과는 공유되지 않았다. 공유할 만큼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은 문제가 없다는 말과는 다르다. 다만 발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에 가까웠다.
회의에서도 그 지역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안건이 되지 않는 사안은 논의되지 않는다. 논의되지 않은 사안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
퇴근길에 나는 그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가지 않았다. 가지 않아도 어떤 풍경일지 알 수 있었다.
짧아진 리드 줄, 눈에 띄는 인식표, 서로를 피하는 산책 시간.
서로를 피하는 건 갈등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동시에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마주치지 않으면 질문도 생기지 않는다. 질문이 생기지 않으면 확인도 필요 없다.
그 풍경은 이제 특별하지 않았다.
며칠 뒤, 새로운 문의 하나가 접수됐다.
혼합견. 상태 미확인. 소유자 미등록.
나는 그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이전과 달라진 점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입력란은 여전히 비어 있었고, 회색으로 표시된 항목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회색은 경고가 아니다. 권유도 아니다. 다만 선택지가 없다는 표시였다.
나는 커서를 옮겼다. 그리고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입력하지 않는 행위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다.
그날의 근무 일지에도 같은 문장을 남겼다.
특이 사항 없음. 그 문장은 이제 설명이 아니었다.
문장은 여전히 틀리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설명이 아니라 결과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음 전화를 기다린다. 여전히 그게 내 역할이다.
그 이후로도 같은 질문은 형태만 바꾼 채 반복됐다.
“혹시 요즘은 좀 조용해졌나요?” “그 근처는 이제 괜찮은 거죠?”
질문 속에는 안도와 확인이 함께 섞여 있었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면서도, 괜찮다고 단정하는 책임은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어조였다.
나는 여전히 같은 문장으로 답했다.
“현재로서는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라는 말은 시간을 유예하는 표현이다. 지금 이 순간에 한해서만 유효하고, 다음 순간을 보장하지 않는 말이다.
그 말에 더 이상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었다. 상대는 안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심이 확인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은 늘 상대방의 몫으로 남았다.
센터의 일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전화는 정해진 순서로 울렸고, 기록은 정해진 형식으로 남았다.
차이는 거의 없었고, 그 차이를 구분하려는 시도도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숫자를 세지 않게 됐다.
늘어나지 않는 숫자는 기억할 필요가 없었고, 변하지 않는 항목은 주의 대상이 아니었다.
업무 화면 하단의 날짜가 바뀌어도 같은 항목들이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다.
혼합견. 상태 미확인. 소유자 미등록.
이 문장들은 의미를 잃은 것이 아니라, 의미를 요구받지 않게 된 상태에 가까웠다.
그날도 퇴근 시간은 정확했고,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를 정리했다.
오늘 처리되지 않은 일은 없었다. 처리될 수 없는 일도 없었다.
전화가 계속 울린다는 사실이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전화를 기다린다.
그것만이 가장 확실한 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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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n is listening

